초나라는 천자국인 주나라와 비슷한 시기에 건국되어 진나라에 멸망할 때까지 800년 동안 존속한 나라입니다
서주시대부터 주나라와 대립각을 세웠으며 스스로 왕을 자처한 나라입니다
주소왕은 종주 6사와 제후연합군을 한데 모아 건방진 초나라 왕을 응징하기 위해 공격하지만 실패로 돌아갑니다
오히려 반격을 당해 왕을 포함한 대부분이 운몽택에 수장됩니다
초 장왕대에는 주나라가 분봉한 제후국 60여 개를 꿀꺽 삼켜 영토의 크기에서는 춘추오패나 전국칠웅 그 누구도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천자국인 주나라 왕에게 편지를 보내 왕실보물인 구정을 노골적으로 탐내기도 했지요
주나라와 희성제후국들은 기껏 회맹을 통해 초나라에 대항할 뿐이었습니다
장왕 때 초나라는 열국 중 가장 세력이 강했던 패권국이었습니다
전국시대에는 100만 병력을 운용했다고 합니다
영토와 병력면에서 가장 강력했던 국가가 초나라였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초나라를 강대국으로 보지 않습니다
합종연횡의 외교 전에서 실리를 챙기지 못하고 몰락의 길을 걷습니다.
초나라가 몰락한 이유는 뭘까요?
똑똑한 왕이 부족했다
진나라가 전국칠웅을 제압하고 중국을 통일할 수 있었던 것은 현명한 군주가 계속해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진효공부터 진시황까지 7명의 걸출한 군주가 대를 이어 나라를 잘 다스렸습니다
그러나 초나라는 장왕과 같은 걸출한 군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전국시대 중반부터는 유약한 혼군이 연이어 왕에 올라 몰락을 부추겼지요
회왕 -> 경양왕 -> 고열왕 -> 유왕 -> 애왕으로 이어지는 군주들이 전무 무능했습니다
이들은 초나라의 역량을 통합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인재들을 제대로 등용하지도 못했습니다
능력 있는 신하들을 오히려 내치기까지 합니다
백리해와 장의는 진나라에, 오자서는 오나라에, 만고의 충신 굴원은 귀양 보내듯 내쳐버렸죠.
결국 군주와 신하가 합심해서 부국강병을 꾀해야 함에도 방탕한 군주가 나라를 말아먹었습니다
영토가 제대로 개발되지 않았다
초나라 영토는 열국 중 가장 넓었지만 일부만 개발되고 많은 지역이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형주의 운몽택, 안휘성의 회수유역, 오나라와 월나라가 있던 소주와 항주가 제대로 개발된 지역이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초나라 영토 중 30% 정도를 제외하면 농업생산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얘기죠
고고학적으로 보더라도 강남지역은 동진시대부터 개발된 땅이 대부분입니다
게다가 초나라 영토는 말이 통하지 않았던 수많은 이민족의 땅을 힘으로 정복했기 때문에 통합이 어려웠습니다
형주가 건재했을 때는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했지요
그러나 자신들의 근거지인 형주를 진나라에 빼앗기면서부터는 계속 내분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부갈등이 많았다
초나라는 씨족집단에서 지방토호로 성장한 호족세력이 강대했습니다
주나라가 분봉한 60개 이상의 봉국을 강제로 합병한 것도 호족세력이 늘어나는 결과였습니다
3대 씨족집단인 항씨 굴씨 경씨를 비롯해 수많은 씨족들이 항상 초나라에 충성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씨족은 초나라에 충성했지만 어떤 씨족은 초나라를 팔아먹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이를 통합할 군주의 역량이 아주 중요했습니다
그런데 초나라 군주들은 씨족을 통합할 지혜가 없었습니다
특정 씨족과 편을 먹고 다른 씨족의 힘을 제압할 궁리만 했죠
인재가 외부로 계속 유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군주가 자초한 것입니다.
변법을 제대로 실시하지 못했다
관중에서 굴기한 진나라는 인구도 땅도 크지 않았습니다
군주가 마음만 먹으면 강력한 통제가 가능한 구조였습니다
실제 상앙을 기용한 효공은 변법을 강력하게 추진했습니다
법을 위반한 자신의 형도 코를 베는 묵형에 처해버리죠
반발하는 씨족들을 죽여버립니다
군공을 제일선에 내세워 통합을 이뤄냈지요
초나라도 오기를 등용해 변법을 실시했습니다
씨족들이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었죠
결국 초나라 왕은 변법을 주도한 오기를 처단해 버립니다
씨족에 굴복한 것이죠
당시 제후국들은 모두 변법을 도입해 부국강병을 추구했습니다
초나라는 오기변법을, 조나라는 호복기사를, 제나라는 추기변법을, 한나라는 신불해 변법을 실시했지만 제대로 해낸 나라는 없었죠
오직 진나라만이 상앙변법을 통해 부국강병을 이뤄냈습니다
분열된 초나라가 단합된 진나라를 이기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