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서 한 물체가 차지하는 양 즉, 부피를 표현하는데 쓰는 단위는 주로 리터(L)를 사용합니다
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간장이나 콩기름등 모두 리터단위로 양을 표시하고 있죠
그런데 오일은 매장량이나 생산량뿐만 아니라 때로는 거래에서도 배럴을 표준단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배럴(Barrel)은 무엇인가
베럴은 가운데가 볼록한 커다란 원통형의 용기를 말합니다
목재널을 나무나 쇠로 된 둥근 테에 끼워 물건을 담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폐쇄된 용기입니다
원래는 부피를 측정하는 단위가 아니라 크기가 제각각인 나무통이 바로 배럴이었다는 얘기죠
과거 유럽인들은 이 배럴통에 와인, 위스키, 브랜디와 같은 술을 숙성시키는 용도로 사용했는데 목재가 참나무였기 때문에 오크통이라 불렀습니다
해적영화를 보면 갑판에 쌓여있거나 널브러져 있는 오크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배럴입니다
배럴은 용도에 따라 다양한 크기가 존재하는데 일반적인 것은 45갤런짜리 통이며 위스키를 담는 배럴은 40갤런과 42갤런짜리 두 종류가 있었죠
그런데 어쩌다 술을 보관했던 용기인 배럴이 오일의 양을 측정하는 단위개념으로 사용되었을까요
근대 석유산업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로 가보겠습니다
42갤런짜리 배럴(Barrel) 표준단위로 변신하다
185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타이터스빌의 오일 크리크에는 에드윈 드레이크가 지표면을 굴착하여 오일을 뽑아내는 데 성공합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처음 생산되었기 때문에 오일을 담아 보관하거나 판매할 표준 용기가 없었죠
어쩔 수 없이 술을 담아 보관하던 배럴에 오일을 담아 저장하거나 운송해 소비자에게 전달됩니다
펜실베이니아 산 오일을 가장 많이 소비한 곳은 타이터스빌에서 200여 킬로미터 떨어진 뉴욕이었는데요
뉴욕 소비자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배럴에 담긴 오일을 통단위로 주문하였으며 오랫동안 관행이 이어지자 자연스럽게 거래단위로 자리 잡게 된 것이죠
처음에는 위스키를 담았던 40갤런짜리 배럴에 오일을 담아 소비자에게 전달하였는데 자꾸 문제가 발생하는데요
배달된 오일의 양이 원래 주문했던 40갤런보다 적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쌓여갑니다
마차로 200여 킬로미터를 운반하다 보니 운송도중 오일 일부가 휘발되어 날아가 버렸던 것이죠
결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2갤런을 더 넣을 수 있는 42갤런짜리 배럴을 사용하였으며 1872년 협정을 통해 42갤런을 1배럴로 확정하게 됩니다
지금이야 오일을 유조선이나 파이프라인을 통해 운송하기 때문에 더 이상 물리적으로 배럴을 사용하지 않지만 그 단위는 현재까지 쭉 이어온 셈이죠
MKS시스템으로 불리는 국제 SI단위를 사용하는 국가 중 일부는 리터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전 세계 무역질서의 기축통화인 달러가 국제 원유거래에 사용되기 때문에 여전히 배럴을 기본단위로 거래하고 있습니다
달러를 배제한 오일거래를 무자비하게 보복하는 미국
국제무역 중 오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며 거래수단이자 기축통화인 달러는 각 나라의 중앙은행이 어마어마하게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달러가 오일거래수단에서 밀려나는 것으로 극도로 견제하고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각 나라 중앙은행이 보유한 달러가 미국으로 돌아오게 되면 인플레이션과 재정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세계무역질서를 역행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합니다
전 이라크 대통령 사담 후세인이 대표적인데요
1980년대 들어 후세인은 자국산 오일 결재방식을 달러에서 유럽화폐로 변경하려는 시도를 합니다
파이프라인을 통해 유럽으로 수출하는 물량이 많았기 때문인데요
그러자 미국은 바레인 마나마 해군기지에 둥지를 튼 5함대를 동원해 페르시아만에서 무력시위를 함과 동시에 파이프라인이 통과하던 터키와 이스라엘과 협력해 호세인을 압박하기 시작합니다
미국과 힘겨루기를 계속하던 후세인은 결국 쿠웨이트를 합병해 미국에 대항하려는 무리수를 두게 되는데요
미국은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한다는 명목으로 걸프전을 일으켜 무자비하게 보복을 단행합니다
전쟁이 끝난 후 이라크는 막대한 배상금과 제재를 받았으며 후세인은 달러의 종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었죠
그러다 유럽이 연합으로 통합되면서 유로화가 국제무역 결재수단으로 떠오르자 후세인은 다시 한번 자국산 오일결재방식에서 달러를 배제하고 유료화로 변경하는 강수를 두게 됩니다
그러자 미국은 9.11 테러 배후로 이라크를 지목하고 2003년 또다시 전쟁을 일으켜 무자비한 응징을 가하는데요
이라크가 계속 유로화를 고수하자 기습을 통해 후세인을 제거한 후 곧바로 오일결재수단을 달러로 바꿔 버리죠
OPEC 회원국인 리비아도 오일 거래수단에서 달러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전쟁을 일으켜 카다피를 제거해 버립니다
이란도 국제오일거래수단을 달러에서 유로화로 바꾸려고 하자 핵문제와 연관시켜 곧바로 제재를 가한 것도 달러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죠
미국의 무자비한 보복이 두렵기 때문에 오일거래수단에서 오일은 오랫동안 기축통화의 지위를 누릴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