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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석유 이야기 (2) 우리나라 석유산업 변천사

by 청죽소헌 2023. 8. 8.

매우 늦은 시기에 석유를 접하다

석유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주도한 아모르인 기록에 처음 등장합니다

지표면을 뚫고 나와 흐르는 석유를 건축용 몰탈이나 방수제로 이용했으며 그 증거가 현재까지 남아 있죠

헤로도토스의 기록에도 메소포타미아 세 곳의 지명을 언급하며 석유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땅속에서 불길이 솟아올랐다는 페르시아 기록은 카스피해 인근 바쿠유전을 지목하고 있죠

4천 년 전부터 석유가 흘러넘쳤다는 중동과 카스피해는 현대 석유산업을 중흥시킨 메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조선조말 통상교역을 시작할 때까지 석유의 존재를 전혀 몰랐던 것 같습니다

 

석유가 등장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기록은 조선조 말 황현이 저술한 매천야록에 남아 있습니다

석유는 영국이나 미국 같은 서양에나 나온 것이라 한다

어떤 사람은 바닷속에서 난다 하고, 혹자는 석탄에서 만든다고 하며 또 다른 자는 돌을 삶아서 남은 물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경진년 이후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색깔이 불그스레하고 냄새가 심했으나 한 홉이면 열흘을 밝힐 수 있다

 

기록에 나오는 경진년은 고종 17년을 말하며 연도로 환산해 볼 때 1880년 석유를 처음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석유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경위도 나와 있습니다

사절단을 따라 일본에 간 승려 이동인이 서양문물을 구경하다가 석유와 램프 그리고 성냥을 가지고 귀국하면서부터라고요

우리나라가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것을 보면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석유산업이란

석유산업이란 탐사 -> 개발 -> 생산 -> 운송 -> 정제 -> 판매라는 여섯 단계를 거쳐 최종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시스템입니다

특히 탐사와 개발 그리고 생산을 담당하는 회사를 E&P회사라고 부르는데요

각 단계마다 막대한 자금과 기술력이 담보되어야 하고 실패했을 때 리스크가 크며 진입장벽이 아주 높습니다

세계 석유산업을 지배해 온 거대한 메이저 회사가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끼어들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들은 대규모 자본을 앞세워 석유탐사부터  판매까지 여섯 단계를 관통하는 일관조업시스템을 갖추고 중동석유 99%를 지배한 적이 있었죠

그러나 1970년대 들어 중동 산유국을 중심으로 결성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출범으로 독점적 지배력은 많이 내려간 상태입니다

특히 석유산업의 6단계의 메커니즘 중 다섯 번째 단계 정제의 결과물인 가솔린 나프타 등유 경유 벙커C유가 가진 산업확장력은 무궁무진할 정도로 파급력이 큰데요

이중 나프타는 석유화학산업의 근간이 되는 아주 매력적인 정제의 결과물이죠

나프타를 주원료로 합성수지 합성섬유 합성고무 및 각종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산업이 바로 석유화학산업입니다

석유화학산업에서 만들어진 원재료는 다시 가공산업을 거쳐 최종소비자에 이르죠

후발주자일 뿐만 아니라 돈도 없고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석유산업에 첫발을 내딛다

우리나라 최초의 석유산업은 일제 강점기 시절인 1938년 원산에 조선석유공장이 들어서면서부터입니다

미국으로부터 석유를 수입하던 일본이 대륙침략을 위한 교두보로 삼기 위해 정유공장을 설립한 것이죠

그러나 2차 대전이 시작되면서 미국이 일본에 대한 석유공급을 중단하자 원산정유공장은 가동이 중단된 채 해방을 맞이합니다

해방 후 미군은 석유제품 배급을 목적으로 PDA라는 회사를 설립하였으며 조선석유 원산공장도 미군정의 관리하에 들어가죠

미군정은 1949년 남한 내 모든 석유제품을 일괄배급하는 대한석유저장주식회사(KOSCO)를 설립하고 스탠더드 칼텍스 쉘등 3대  메이저회사로부터 석유를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승만 정부도 이를 승계합니다

그러다 1962년 박정희 정부가 수립한 경제개발 5개년 개획이 발표되는데요

대한석유저장주식회사를 대신할 대한석유공사를 설립하면서 우리나라의 석유산업은 도약의 기회를 갖게 됩니다

걸프(Gulf)와 지분합작(50%)을 통해  설립된 대한 석유공사는 1964년 하루 3만 5천 배럴 규모의 울산정유공장을 통해 석유자립화를 시도합니다

1966년에는 칼텍스와 합작(50%)한 호남정유가 민간주도로 6만 배럴 규모의 여수공장을 준공하였으며

1968년에는 유니언과 합작(50%)한 경인에너지가 설립되어 6만 배럴 규모의 인천공장이 가동을 시작하죠

1968년 극동정유는 로열더치쉘과 합작해 극동쉘석유주식회사를 설립해 공장을 가동합니다

1976년에 쌍용은 이란의 국영석유회사간 합작투자로 설립한 후 이란혁명으로 철수하자 사우디 아람코와 다시 합작해 공장을 가동하는데요

정유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한국 경제는 급속이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정제과정에서 분류된 나프타를 원료로 석유화학공장 비료공장이 건설되면서 산업전반에 미친 파급효과가 엄청났죠

그런데 문제는 공급과 경영권을 쥐고 있던 석유 메이저 회사들이 이권을 독식하고 우리나라 석유산업을 지배하는 종속구조가 가속화되었다는 것입니다

 

석유 메이저 회사로부터 경영권을 찾아 독립하다

메이저 석유회사로부터 경영권을 찾아오기 위해 정부는 공장 증설을 통해 지분을 늘리는 강수를 두며 메이저 회사를 압박하는데요

경영권을 찾아오기 위해 힘겨루기가 시작된 것이죠

1982년 30만 배럴급으로 규모를 확장한 대한석유공사는 걸프를 떨쳐내고 선경과 지분합작을 통해 유공으로 상호를 변경합니다

이후 유공은 선경이 인수하여 SK로 이어지죠

1983년 유니언을 쫓아내고 100% 국내자본화한 경인에너지는 1995년 한화에너지로 상호를 변경합니다

그러나 IMF때 한화는 현대에 경영권을 넘기고 현대는 또다시 SK에 경영권을 넘겨 현재에 이르고 있죠

호남정유는 1986년 칼텍스로부터 경영권을 찾아왔으며 LG그룹 분할 때 GS로 경영권이 넘어갑니다

1977년 로열 더 쉘로부터 경영권을 되찾은 극동정유는 1993년 경영권을 현대에 넘기고 현재 오일뱅크로 남아 있죠

쌍용과 아람코의 합작회사는 쌍용지분을 인수한 한진과 아람코의 합작회사로 승계돼 현재 에스오일로 남아 있습니다

다섯 개의 정유회사가 설립돼 석유메이저 회사와 힘겨루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지만 IMF라는 경제위기를 넘기면서 부침을 거듭했는데요

현재는 두 개회사를 인수한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등 4개 사가 과점형태로 공급과 판매를 나눠먹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