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4세기경 중국은 전쟁으로 얼룩진 분열의 시대였습니다
주나라 왕실은 기록상 존재하는 유명무실한 존재였으며 제후들이 가지고 놀던 공깃돌보다 못한 존재였어요
제후들이 스스로를 왕으로 칭하며 주나라 왕을 병신취급했지요
왕을 칭한 국가 중 가장 유명한 나라를 전국칠웅이라 불렀어요
그런데 당시 중국인들은 동이족의 국가인 조선을 자신들과 대등한 왕국으로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4세기경 고조선의 국력은 어느 정도였을까요?
사실 당대를 증명할만한 국내기록이 전무하기 때문에 중국 측 기록을 인용할 수밖에 없는데요
중국인들은 태생이 거짓말에 능숙한 사람이라 잘 걸러들어야 합니다
특히 사마천과 같은 한나라때 사람들은 전부 거짓말장이자 사기꾼들입니다
조선에 대한 기록을 의도적으로 조작했기 때문이에요
고조선 왕을 선포하고 패권국가로 등장하다
삼국시대 위나라 사람인 어환이 쓴 위략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위략은 위 촉 오 삼국이 통일되기 전까지를 다룬 역사서로 당나라 때 유실되어 현존하지는 않습니다
유실된 역사서를 청나라 때 역사가 왕인준과 장붕일이 흩어져 있던 기록들을 한데 모아 놓은 것인데요
기원전 4세기부터 기원전 2세기까지 고조선에 대한 기록에 남아 있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사료입니다
사마천이 이민족의 역사를 왜곡하고 한나라의 신하국으로 폄하한 것처럼 위략도 기자조선설과 같은 비뚤어진 역사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잘 걸러들으면 쓸만한 정보가 꽤나 존재합니다
<위략>
옛 기자의 후예인 조선 후는 주나라가 쇠약해지자
연나라가 스스로 높여 왕이라 칭하고 동쪽으로 세력을 확장하려고 했다
조선 후도 역사 스스로 왕호를 칭하고 군사를 일으켜 연나라를 역습하고
주 왕실을 받들려하였는데 대부 예가 간하므로 중지하였다
그리하여 예를 서쪽에 파견하여 연나라를 설득하게 하니
연나라도 전쟁을 멈추고 조선을 침공하지 않았다
위략의 기록을 잘 걸러낸 정보를 요약해 보면
연나라가 왕을 칭하자 조선도 왕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당시 연나라 왕이 역왕인데 이놈은 기원전 323년 스스로를 왕이라 칭했어요
중국인의 시각으로 볼 때 조선은 왕이 통치하는 왕국이었다는 얘깁니다
왕이란 원래 세상을 지배하는 유일한 통치자를 의미하기 때문에 그 의미가 특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선이 왕을 칭해 왕국임을 선포한 것은 국력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하고 외교무대에서 중국과 대등한 관계라는 것을 알린 것입니다
기원전 4세기경 조선의 국력은 이미 주나라왕을 벌레취급하던 칠웅과 대등하다는 것이 증명된 것입니다
위략에는 조선과 연나라의 갈등을 적고 있습니다
연나라 역왕이 동쪽으로 세력을 확장하려고 하자 조선이 연나라를 공격하려 했다는 기사인데요
이는 전형적인 패권싸움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어쨌든 조선과 연나라는 전쟁이 발생하기 직전에 화친이 성립되었으며 잠시나마 무력충돌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위략에는 조선이 중국과 대등한 국제외교를 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연나라와의 갈등을 대부를 사절로 파견하여 외교로 풀어낸 것인데요
최소한 기원전 4세기경 조선은 국제 외교무대에 등장했던 셈입니다
위략에는 조선의 국가조직에 대한 기사도 있습니다
대부라는 직책을 가진 신하가 왕을 보좌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중국과 비슷한 관료조직이 조선에도 있었음이 증명된 것입니다
조선이 칠웅 중 하나인 연나라와 대등한 국력을 가졌다는 것을 증명하는 또 다른 두 개의 옛 문헌이 있습니다
하나는 기원전 4세기경 문헌인 전국책에 기록된 연의 동쪽에는 요동 조선이 있다는 기사인데요
두 가지 중요한 정보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첫째 조선이 연나라의 국경을 위협하는 국가로 언급되고 있으며
둘째 조선은 연나라의 동쪽이기 때문에 요서지역의 패권국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또 하나는 기원전 4세기경 제나라에서 기록된 관자라는 문헌에도 등장하는 조선인데요
제나라의 호피교역상대로 등장하는 조선은 요동지역의 패권국임을 알 수 있습니다
결론을 내리겠습니다
기원전 4세기경 조선은 요서와 요동을 직접 지배할 정도로 강력한 국력을 자랑하는 왕국이자 패권국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