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한국인들은 밥심으로 산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밥은 한국인들에게 꼭 필요한 음식이었다는 얘긴데요
그런데 밥이라는 단어가 참 오묘합니다
쌀밥이 먼저 떠오릅니다만
보리밥 조밥 수수밥 기장밥 콩밥 옥수수밥등 곡물로 요리한 음식은 전부 밥입니다
쓰임새도 재미있습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밥 먹었니와 같은 말은 끼니를 의미합니다
그러니 밥심으로 산다는 말은 끼니를 야무지게 해결했다는 말과 같습니다
조리법은 더 재밌습니다
곡물에 물을 붓고 끓이면 대게 죽이 되어 버립니다
밥을 만들기가 아주 까다롭다는 얘기죠
그래서 나온 것이 전기밥솥이며 조상들은 무쇠로 만든 가마솥에 밥을 해 먹었습니다
그런데 가마솥은 통일신라 때 민간에 보급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마솥이 없었을 때는 어떻게 밥을 지어먹었을까요?
시루로 쪄서 밥을 해 먹다
황해도 안악 3호분 무덤벽화에는 고구려 여인들이 집안일을 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한 여인이 부뚜막에 놓인 큰 시루와 함께 오른손에는 주걱을 왼손에는 젓가락을 들고 있습니다
밥을 위아래 섞고 있는 모습이죠
시루는 그릇 바닥에 구멍을 뚫어 수증기를 이용해 음식을 요리하는 찜기입니다
정말 대단한 요리도구를 우리 조상들이 개발해 낸 것이죠
시루는 중국과 일본에도 없는 우리의 고유문화입니다
흙으로 빚은 토기에 열을 가해 음식을 해 먹으면 흙냄새가 배여 시큼한 냄새가 납니다
이러한 단점을 시루를 통해 해결한 조상들의 지혜가 놀랍습니다
전쟁터에서도 시루로 밥을 해 먹다
한강 남쪽에 위치한 아차산에 고구려인이 건설한 보루가 여러 개 있습니다
보루에서 출토된 시루만 하더라도 수십 개가 넘습니다
고구려인들은 전쟁터에서도 시루를 이용해 밥을 해 먹었다는 증거죠
밥을 담은 그릇도 발견되었는데 밥그릇 크기가 상당히 큽니다
요즘시대의 밥그릇보다 세배정도 큽니다
밥을 많이 먹었다는 얘기죠
밥심이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것은 아닙니다
시루는 다양한 음식을 만드는 데 사용된 조리도구다
고구려인들은 시루로 쌀을 쪄 떡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맷돌로 간 콩카루에 찍어 먹기도 했습니다
고구려에서 만든 떡은 일본까지 알려졌는데요
일본 기록에 나오는 박병은 고구려 떡이란 뜻입니다
고구려인들은 발효음식인 술과 시를 만들 때도 시루를 이용했습니다
시루에 찐 고두밥과 누룩을 섞여 버무린 술밀은 풍부한 맛을 내는 술의 원료입니다
발해인들도 콩장을 만들 때 시루를 이용했다고 합니다
현재도 시루를 이용해 음식을 조리하는 가정집이 많습니다
시루떡이나 콩나물시루와 같은 표현이 아직까지 남아 있습니다
시루가 우리나라 음식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