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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죽소헌

나는 가깝고 남은 멀다

by 청죽소헌 2023. 8. 19.

 

나는 남을 비교하면

나는 가깝고 남은 멀다.

 

나와 사물을 비교하면

나는 귀하고 사물은 천하다.

 

그러나 세상에서는 그와 반대로 

천한 내가 먼 남의 명령을 따르고

귀한 내가 천한 사물에 부림을 당한다.

 

왜 그럴까?

 

욕망이 밝은 정신을 덮고

습관이 진실을 감추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좋아하거나 미워하며 

기뻐하거나 화내는 감정

이러저러한 행동이

모두 남을 따라만 하고 스스로 주체적으로 하지 못하게 되었다.

 

심지어 말하고 웃는 얼굴

표정까지 남들의 노리갯감으로 비친다

정신 생각 땀구멍 뼈마디 

어느 것 하나 내게 속한 것이 없게 되었으니

이 또한 부끄러운 일이다     

 

by 이용휴

 

 

조선후기 성호학파의 대표문인인 이용휴는 남의 시선에 얽매여 체면 속에 사는 자신을 부끄러워했나 보다